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ⓜ Copyright 밀크티

인어와 야수

그녀는 내가 본 적 없는 빌딩 숲속 어느 야수를 사랑하고 있다.


그리고 나는...
인어를 사랑한다.


사랑에 취한 그녀는 내게 아픔과 슬픔과 외로움에 대해
얘기하며 눈물 흘리고 난 무덤덤히 위로하며 나의 인어를 생각한다.


비 내리는 늦은 아침의 그녀의 전화, 축축한 목소리 너머로 들리는
빈 집의 적막한 시계추 소리.


그녀는 뻥 뚫린 가슴과 무거운 어깨를 얘기하며 빗소리를 낸다.


그래도 네 목소릴 들으면 마음이 편해져라는 소리에
난 덤덤히 메마른 소릴 낸다.


뚫린 가슴과 위장을 뭔가 따뜻한 걸로 메우고 한숨 자고 일어나봐.
몸이 안 좋으면 더 약해지고 외로운거야.


나는 모른다.
그녀가 사랑하는 야수가 얼마나 흉측하고 얼마나 자상하고 힘있는지...

보지 못했고, 볼 수 없고, 그다지 보고싶지 않으므로...
그리고 그녀가 그를 숲 속 어딘가에 깊이 감추고 있으므로.

난 야수를 만나는 그녀를 탓할 수 없다.
난 깊은 바닷속 인어를 사랑하고 있으므로...

야수를 사랑하는 그녀는 슬픔과 아픔에 몸부림치고
인어를 살아하는 난 덤덤히 외로움을 되뇌일 뿐이지만

그래도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.
누군가는 야수를, 누군가는 인어를...


다가와 안아주고 따듯이 키스해 줄 그 시간이 로기를...
언제까지고 기다리는 것이다.




어디서 스크랩했는지 기억이 나질않는다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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